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통제가 본격화되면서 중견 건설사들 중 일부가 분양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소비자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다양한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요동치면서 정부는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각 지자체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가는 모습이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발표를 앞두고 분양을 앞둔 업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수익 보전을 위한 묘수로 유상옵션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상옵션이란 아파트 베란다 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컨 등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유상옵션 가격 뻥튀기로 ‘과외수익’을 챙기는 건설사들에 무대책인 정부의 탁상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상옵션 비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강서구 P부동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상옵션 항목은 발코니 확장, 중문, 붙박이장, 시스템 에어컨, 아트월 등이 있다”면서 “확장비는 평수에 따라 1500~2000만원 혹은 그 이상이며, 평수와 개수 혹은 시공사나 유상옵션 품질에 따라 가격 차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발코니 확장이나 시스템 에어컨 등은 필수재에 가깝기 때문에 선택이 불가피하지만, 비싼 가격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수익창출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존에 무상으로 제공하던 기본 사양을 유로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달 15일 부동산 업계에서도 이른바 '착시효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요즘 신규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추가적인 선택옵션이 있으며, 풀옵션(Full-option)을 하게 되면 분양가가 4000만원 더 비싸진다.
향후 분양될 아파트들도 비슷할 것으로 분양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분양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방건설의 송도 디엠시티 시그니쳐뷰의 84㎡A평형대 청약 당첨자가 모든 유상옵션 항목을 선택할 경우 약 4500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오늘경제]와의 통화에 따르면, 송도 디엠시티의 분양 관련 담당자는 "거실·주방·안방은 시스템 에어컨이 기본이고, 발코니 확장과 다른 방에 대한 시스템 에어컨 및 기타 옵션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선택하면 된다”면서 ”기본 옵션만 하면 84㎡A평 기준으로 196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 건조기, 스타일러, 금고 등에 대한 프리미엄 옵션은 모두 선택 사항인데, 제조사 및 거주 타입별로 가격이 달라진다면서 분양관련 안내문을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중흥건설이 경기도 화성에 짓는 ‘봉담 중흥 S클래스’도 유상옵션에 발코니 확장 및 시스템 에어컨 등이 포함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피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화성 봉담 2지구 중흥S-클래스 분양 담당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븐 및 가스레인지와 발코니 확장(비용의 10%인 80만원은 입주자 부담)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에어컨에 대해서는 선택사항이라면서 3개(410만원)-5개(650만원)”이라고 안내했다.